한통속

식스밤에 대해서

macrostar_everyboop 2017. 3. 25. 13:39

이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냥 "저런 짓을 하다니 집어치워! vs 자기들 맘이지"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예컨대 20대 초반 심지어 10대 후반 걸 그룹의 섹시 콘셉트 같은 문제도 여기에 걸쳐 있다. 예컨대 극단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보다 선명하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여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남는 게 있을 거 같진 않은데 앞으로 생각할 것들... 에 대한 메모를 겸해 적어 놓는다.


사실 핑크 소세지 때의 페티시 콘셉트 때부터 이분들의 계획은 대체 뭔가하고 계속 지켜보기는 했는데 지금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링크)다. 소세지 컬러 라텍스에 이어 1억 성형을 콘셉트로 들고 나왔는데 이게 소속사의 억지 강요에 의해서 이뤄졌거나 혹은 이게 정말 식스밤의 멤버들이 염원하며 하고 싶었던 것이다 라고 하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뭐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전자의 경우엔 지금은 사실이 드러나기 어려울 거고 후자의 경우라면 지금 상황에서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뮤직 비디오는 생략한다. 사실 한정된 예산 그리고 결과물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성형에 쓰는 비용을 좀 내리고 뮤직 비디오 예산을 좀 올리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여튼 위 인터뷰가 모두 진실이라는 소박한 가정 아래에 보자면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

식스밤은 관심을 받고 싶다

여자들은 모두 예뻐지고 싶다

사실 사회 트렌드이지 않냐

그래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이런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뭐라도 해서 대중의 관심을 좀 끌어야 하는 데 너무 관심이 없다 -> 성형을 하자... 이렇게 된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중의 관심" 측면이다. 사실 대중 음악을 하는 팀이니까 대중의 관심을 당연히 염원한다. 하지만 회사는 작고, 능력은 부족하고, 라이벌은 엄청나게 많다. 심지어 음방 MC를 하고 각종 예능을 뛰어도 멜론 실시간 100위 차트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팀들도 많고 그런 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뉴스에 나오려고 하고(그게 예능면이든 사회면이든) 그 방법 중에 하나로 생각한 게 바로 성형을 골랐다. 


냉정하게 보자면 인과 관계가 실로 엉망이고 쉽게 용납될 내용이 아니고 이런 게 혹시 유명해지기라도 하면 사회적으로 굳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여튼 범죄가 아니라면 할 수는 있는 일이다. 



일단 보자면 


"예뻐지고 싶다"는 말은 예뻐야 대중이 관심을 가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뭐 안 예쁘면 걸 그룹 못하냐라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특출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거나 매력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고 그렇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사실 위로가 되지 않는다. 


걸 그룹, 아이돌이라는 건 노래만 부르는 가수가 아니고 춤, 퍼포먼스, 그룹 전체가 만드는 매력, 또 개인이 만드는 매력이 합쳐져서 뭔가를 뿜어내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걸 그룹이 아무리 하고 싶다해도 노래 못하니까 하지마, 춤 못추니까 하지마 라고 말할 수 없듯 예쁘지 않으니까 하지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기가 여튼 하고 싶다는 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이건 결국 사회가 방송으로 "예쁜"을 보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 예쁨은 또한 "멋지게"와 붙어 있지 않고 "어리고" 귀엽게"와 붙어 있다. 


이 이야기는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와도 연결되어 있다. 어떻게 되었든 유명해지고 싶고 그래서 식스밤을 유지하고 이걸로 무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이 사회의 가장 안 좋은 지점, 하지만 고치기 너무 어려운 지점과 본격적으로 붙어 있다. 그 의견을 자발적으로 냈다는 건 역시 안타깝게도 이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꿔가며 자기가 서 있기 더 좋은 세상을 어떻게든 만들려는 노력을 버리고 그냥 이 체제의 유지에 한 점이라도 보태려는 자세를 가지겠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방식은 "자발적"이라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100% 신뢰한다고 해도, 자발적이기가 매우 힘든 코스다. 애초에 이 자발이 적폐 대상이 되는 구식 체제에 기생하고 있는 꼴일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문제 해결에 쉽게 다가가는 건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 지금은 순수 청순 콘셉트가 다시 유행하고 있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나면 그걸 뚫어내기 위해 섹시 콘셉트가 대거 등장하게 될 거다. 이들은 모두 관심을 원하고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지지부지한 채로 걸 그룹 사이클이 한 바퀴 돌아버린 브레이브 걸스가 본격 섹시 콘셉트를 들고 다온 건 그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거기서도 잘 안 풀릴 거 같은 더 소형의 기획사들은 언제든 식스밤 같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즉 애초에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만 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고(이건 바꿀 수 없다), 끄는 방법이 지금 같은 내용의 논란 유발 밖에 없다는 생각에 문제가 있다(이건 바꿀 수 있다). 후자는 충분히 바꿀 수 있는데 이건 걸 그룹, 아이돌 등 대중 음악 혼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회 전체가 잘못 만들어져 있는 사고의 체계를 바꿔 나가야 한다. 게다가 이건 거의 외길이라 후퇴와 전진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도전과 시위를 부추킬 수는 없다. 당장의 행사와 인터뷰가 중요한 이들이고 다음 음원이 나올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불확실한 처지에 놓여 있는 그룹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한 세상...이라고 여긴다면 할 말은 없는 데 그 한 세상...이 오래갈 수가 없고 그 지탱 기반도 무척이나 허약해서 쉽게 부서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정말 이런 걸 자발적으로 생각해 낸 거라면 좀 더 자발적으로 해낼 수 있는 다른 일이 조금 더 있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그리고 이왕 자발적이라면 좀 더 주체적이고 타인에게도 좀 더 전방위적으로 자극을 주는 걸 생각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류의 콘셉트를 시도하는 분들에게 사회를 바꿔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 변해가고 있으니 그 길을 잘 캐치해 낸다면 아주 조금 앞의 자리를 넘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병맛이라고 다 같은 병맛이 아닌 법이다. 섹시 콘셉트도 수동적 태도와 능동적 태도는 상당히 다르게 작동한다. 이왕 그 길로 나서기로 작정했다면 조금 더 멋진 길을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1억 성형 같은 콘셉트를 선택할 과감함 정도면 사실 뭘 해도 지금보다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기 떄문에 (분명 많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고만고만한 이 비슷한 류의 그룹들과 비슷한 운명을 가게 되지 않겠나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