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속

브레이브 걸스와 걸스데이의 새 앨범 감상기

macrostar_everyboop 2017. 3. 29. 22:03
이 두개의 음반을 최근 상당히 흥미롭게 들었다. 둘 다 미니 앨범이다.

1. 이번 브레이브 걸스의 미니 앨범은 예전과 비슷한 느낌이다. 기본적인 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여전히 히트곡이 가지는 강렬함은 없다. 유려한 멜로디를 가진 좋은 노래들이고 지금 정도의 저조한 성적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입지를 바꿔 놓을 만큼은 아니다. 


이 팀을 예능에서 본 적이 없지만 곡만 놓고 보자면 그럭저럭 괜찮은(요새 나오는 어지간한 신인 아이돌의 곡들 보다야 훨씬 낫다) 곡을 이상한 콘셉트와 구질구질한 가사가 깎아 먹고 있다. 가만 보면 브레이브 걸스를 비롯해 나인 뮤지스, 스텔라 등이 좀 비슷한 노선을 걷는데 다들 생긴 것과는 전혀 다르게 한없이 구질구질한 이야기만 한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는데 일단은 팬 타게팅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다. 섹시한 여성들 -> 남성팬들이 중심일 거다 -> 소녀풍 청순 걸 그룹 아이돌과 다르게 이 그룹들은 좀 쎄보인다 -> 그러므로 팬의 취향에 맞는 순종적 여성상(뭐 순종까지는 아닐지라도 여튼 이 세 팀은 다들 매달리는 가사가 많다) 이런 순서가 아닐까 싶다. 그렇잖아도 쎄 보이는데 다 꺼져~ 뭐 이런 식이면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 


나도 사실 이런 추정이 그렇게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진 않지만 저런 섹시, 성숙 콘셉트의 걸 그룹들이 구질구질(왜 떠나가니, 날 왜 버리니, 난 못떠나, 너가 좋아했던 향수를 뿌리고 함께 갔던 카페를 갔어 ㅜㅜ 등등)한 내용의 곡을 부르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거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건 기본적으로 타겟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시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설정되어 있는 걸 그룹의 팬들이 밝고 명랑하거나 아련한 청순 대신에 구질구질한 순종적 섹시로 갈아탈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다 불질러 버리고 함께 불질러 버리고 싶은 여성 팬과 M 타입의 남성 팬을 노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심지어 팀 이름도 브레이브 걸스잖아. 이분들이 음반을 낼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수록된 4곡 모두 기본 레벨이 꽤 높은 곡들이다. 너무 말끔하게 떨어져 있어서 사실 재미가 조금 없을 수도 있는데 멤버들의 능력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보완해 낸다. 가사만 듣지 않으면 최상인데 그럴 수 없는 게 문제다. 아쉬운 대로 Outro (Rollin')이라고 타이틀의 instrumental remix가 실려 있고 그것도 꽤 좋은데 굳이 이런 곡을 내놓는 데 걸 그룹일 이유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2. 위 그룹들과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팀으로 걸스데이가 있다. 역시 새 음반이 나왔다. 제목은 I'll be Yours. 너께 될 꺼니 고백해라 뭐 이런 내용이다. 이곡도 뭐 진취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구질구질하진 않다. 그리고 스윙풍 팝과 결합되어 상당히 씩씩한 느낌이 난다. 알게 뭐야 정도는 아니지만 아님 말고 정도는 된다. 


곡 자체는 멤버들이 다 궤도에 올라있고, 걸스데이가 해왔던 것들의 연속성 상에 놓여 있어 이런 게 걸스데이의 노래라는 느낌이 확 나고 자신감도 넘친다. 대 히트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기분은 좋아지는 곡이다. 민아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끌고 가는데 상당히 긴 브리지가 인상적이다. 이 정도면 브리지라기 보다는 2 테마...라고 해야 할까. 


사실 기본적으로 탑을 찍어봤던 말하자면 정상을 찍고 내려오고는 있다지만 이미 높은 고도에 있는 그룹이고 팬 규모와 대중적 인지도 등등에서 1번의 팀과 비교가 되지 않기는 하다. 여튼 멜론 10위권으로 진입했다.  



며칠 지나 이번 미니 앨범을 다 들었다. 상당히 훌륭하다... 


그런데 앨범으로 듣다보면 타이틀 곡이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 이건 타이틀 곡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 그룹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예컨대 에이핑크 음반을 들어봐도 유독 타이틀 곡만 전체 앨범과 어울리지 않는다. 멤버들이 성장하고 어느덧 만들고 싶은 앨범을 명확하고 정교하게 그려낼 수 있는 시점이 되어 밀도가 높은 음반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놓고 히트를 위해 좀 튀는, 그래서 전체와 균형이 틀어지고 약간은 이질적인 곡이 껴 들어가야 한다. 이런 건 역시 아쉽다. 


이 간극을 잘 마무리해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팀이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건 멤버, 그룹의 사정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시장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점에서도 걸 그룹 마켓이 보다 커져 콘서트가 가능한 팀이 많아지길 응원한다. 시즌 콘서트를 할 수 있다면 음반 전체의 콘셉트는 더욱 중요해지고 더구나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