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여행을 기록할 괜찮은 앱을 찾고 있다. 이번에도 두 번의 여행을 다녀오면서 또 여러가지 앱들을 가지고 실험해 봤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마음에 다는 건 하나도 없었다.
내 입장에서 여행 앱에 주로 필요한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예정 입력. 기차 표나 비행기 표, 숙소 예약 사정 같은 걸 먼저 입력해 놓고 대강의 시간을 넣어 놓는다. Trip It 처럼 예약 같은 것과 연동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저 예약해 놓은 이메일등을 캡쳐한 것들을 입력해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게 필요하게 된 이유는 이메일 같은 경우에는 험블한 숙소 로비에서 3G 사정으로 안 읽히는 경우도 있고, 코레일 앱의 KTX 표 같은 경우에는 느리게 열리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그냥 맘 편하게 캡쳐를 해 놓는다.
하지만 이래 놓으면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다가 사진첩에 막 섞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귀찮게 된다. 그래서 그냥 일정에다가 '@@호텔 숙박' 해놓고 예약 번호 같은 걸 캡쳐해서 첨부해 놓는 게 나중에 찾기가 가장 편하다.
좀 더 바란다면 Alarm 기능 같은 게 있어서 제 시간에 팝업으로 알려주면 더욱 편할 것 같다.
2. 이렇게 예정으로 해 놓은 걸 여행 기록에 포함시켜놓은 기능. 예를 들어 예정에 10:40분 비행기, 제주행 이런 게 있을 경우 10:20분 쯤 공항에서 어정거리며 이런 저런 사진을 찍고 나면 예정이 기록으로 변한다. 그러면 그냥 그 예정에 사진을 첨부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록이 되도록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훨씬 편해질 거 같다.
3. 포스팅에 사진, 노트, GPS, 여정 등을 알맞게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면 좋겠다. 보통 어느 장소에 도착하면 이것 저것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괜찮게 기록을 해 놓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러니까 그냥 장소 태그만 GPS로 찍어놓고 나중에 그 포스트에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나 생각나는 이야기 같은 걸 기록해 넣게 된다.
밑에서 사용해 본 앱을 보면 알겠지만 이게 생각처럼 그렇게 편하게 되어 있는 앱이 별로 없다.
4. 공유 따위는 필요없다. 뭐 재미난 이야기가 있으면 SNS로 포스팅하겠지만 여행 앱의 메인이 공유에 치우쳐 있는 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행 같은 복잡 다단한 정신적 사건은 일단 개인의 기록의 완성된 다음에 공유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은데, 여행 다니는 걸 주변에 알리는 데 안달이 난 듯한 앱들이 왜 이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여행 일지 보관용으로 기록된 하나의 여행을 합쳐서 PDF나 HTML 파일로 뽑아내는 기능 정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앱은 없다.
이거 말고 몇 가지 더 있는 건 밑에 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덧붙이겠다.
1. Trip Journal
이 앱의 가장 마음에 안드는 점은 폰트. 대체 왜 이렇게 가시성이 떨어지는 폰트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바꾸지도 못하게 해 놨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 앱의 복잡한 설정 방식(웨이 포인트를 찍고 나중에 사진을 넣고 하려면 몇 번을 메뉴 사이를 빙빙 돌아야 한다)이 폰트의 허접함과 합쳐져 여행다니다가 뭔가 남겨놓으려 하면 한참을 아이폰을 붙잡고 있어야 하게 된다.
예전에 강릉 쪽에 2박 3일 여행 갔을 때 트립 저널을 메인으로 들고 다녔는데 그때 너무 짜증이 나서 그 이후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우지는 않고 혹시나 폰트 설정이라도 바꿀 수 있도록 나오지 않을까 기다리고는 있는데 일절 소식 없다.
말하자면 탁상공론형 앱으로 생긴 것과 기능은 그럴 듯 하지만, 만드는 곳에서 정말로 들고 다니며 여행을 해보기는 한 건지, 만약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면 그렇게 여행하며 아이폰만 쳐다보게 만드는 게 정말 맞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발상 자체가 의심스럽다.
2. Trip It
이건 특히 해외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 예정을 미리 기록해 놓는 데 괜찮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잦은 해외 출장이라는 비지니스 특화적인 앱이다. 더구나 예정 중심 용이라 기록을 남기는 데는 별볼일이 없다. 심지어 사진도 못 넣는다.
Trip It 사이트와 연동이 되는 서드 파티 앱 Trip Deck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쪽이 생긴 건 훨씬 낫다.
3. 여행 일기
이건 예정은 좀 그래도 일기를 남기는 데는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여행 일정이 처음 기록이 맨 아래로 내려가고 위로 쌓이는 방식이라 나중에 보는 데 좀 이상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 만들어 놓고 나면 앱 안에 있는 상태에서 뭘 어떻게 할 게 없다. 빼서 일지로 만들어 보관해 놓고 싶은 데 방법이 없다. 공유아니면 컴퓨터로 옮길 수도 없다.
4. 에버 노트도 이런 기록을 남기는 데 괜찮은 툴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다른 목적으로 매우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고, 또 여행 전문 앱이 아니라 섞이면 나중에 찾기도 힘들어 목적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에버 노트에 싱크되는 여행 전문 앱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거 같다. 메뉴만 좀 고쳐도 다른 어떤 앱보다 훨씬 그럴 듯 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다.
5. Everlater
여행 기록을 남기는 Everlater에 연동되는 앱이다. 이 앱은 생긴 건 (많이) 허접해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날짜만 남고 시간은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사진은 사진대로, 노트는 노트대로 모이기 때문에 나중에 봤을 때 일정 별로 하루를 볼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번 여행 때 이걸 써봤는데 결론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6. Track my Tour
일단 앱으로 사용하기에는 가장 편했다. 우선 웨이포인트만 찍어놓고 나중에 사진이라든가 메모라든가 하는 것들을 남겨놓을 수가 있다. 웨이포인트도 매뉴얼 편집이 가능하다.
다만 안좋은 점은 전반적으로 앱 중심이기 때문에 나중에 좀 편하게 사이트에서 편집할 수가 없다. 사진같은 거 넣는 건 다음 클라우드로 싱크해 놓은 다음에 보면서 집어넣는 게 사실 훨씬 편하다.
그리고 여행 두개만 무료로 입력할 수 있고 풀 버전 구입은 3.99불이다. 동종의 다른 앱들을 생각하면 조금 비싼 편이다. 이번 여행으로 무료 두개가 다 찼는데 아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별 새로운 걸 발견하지 않는 한 이걸 구입하게 될 거 같다.
이 외에도 몇 가지를 테스트해 본 거 같은데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인 건 없다. 포토 트랙도 나쁘진 않은데 실시간으로 GPS를 켜놓는 무리한 설정으로 쓸 수가 없었다. TravelTracker나 A Journal for Trip Boss Travel manager, Globejot도 궁금한데 무료 버전이 없어서 못써봤다. 여튼 딱히 마음에 쏙 드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