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잠깐 올렸다가 지웠던 건데 좀 더 보충해서 칸을 채워보기로 했다. 지샥은 처음 써본다. 군대 갈 때도 다들 카시오나 돌핀 들고 오는데 타이멕스 들고 갔었다. 그랬다가 박살이 나면서 참으로 불편했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타이멕스를 꾸준히 써 오고 있기는 하다.
참고로 훈련소 입대할 때 시계는 단연 돌핀, 혹은 카시오의 저가형 시계를 추천한다. 가기 전에 배터리 정도 교체해 가면 더욱 안심일 거다. 너무(지샥 정도 수준의 튼튼함은 필요없다)는 아닌 정도로 튼튼하면 되고, Light는 밝을 수록 좋고, 시계는 저렴할 수록 좋다. 안경도 마찬가지다.
돌핀의 생김새가 자기의 스타일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해도 잠깐만 참았다가 휴가 정도 나와서 다시 돌아갈 때 약간 업그레이드 된 모델을 들고 가는 게 낫다. 괜히 망가지면 아쉽기도 하고, 무엇보다 삶이 괜히 불편해지고 팍팍해진다. 또 PX에서 머드맨도 판다.
어쨋든 바야흐로 시간이 흘러흘러 나에게도 지샥을 사용하는 기회가 생겼다. 고등학생들이나 쓰는 시계, 군인들이나 쓰는 시계 등등의 여러 선입견들이 있지만 그러든 저러든 튼튼하고 듬직하다.
태양광으로 충전되고, 위성으로 시계를 맞추고 뭐 그런 저런 기능들이 있는데 크게 신경쓸 건 없다. 다만 배터리 게이지가 있는데 그게 H에서 M으로 바뀌면 밝은 태양빛을 잔뜩 먹게 해줘 다시 H로 올려놓는게 배터리 건강에 좋다고 한다. 평소에도 소매 속에 너무 넣어놓지 말고 팔도 좀 걷어 빛 좀 보게 해 두는 게 좋단다.
영문 설명서의 사용 예시.
뒷 면은 이렇게 생겼다. 살면서 사용해 본 시계 중 가장 두껍다.
장점은 튼튼하고 별로 신경쓸 게 없다. 런닝할 때도, 자전거 탈 때도 제격이다. 워낙 많이 나오는 모델이라 부품 수급(시계줄 같은)에도 큰 문제는 없다.
단점은 알려진대로 날짜와 요일이 함께 나오지 않는다. 이건 사용 패턴에 따라 불편함의 정도가 다를 거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또 하나는 터프 솔라라는 태양광 충전 방식이 내가 어렸을 적에 보던 방식에 비하면 무척 발전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배터리를 아끼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Light 들어왔다가 꺼지는 시간도 무척 짧고(이건 오토로 바꿀 수 있다 - 시계를 눈으로 향하면 저절로 불이 들어오는 신기한 기능이다), 가만히 하루 정도 두면 저절로 잠긴다(이건 설정에서 해제할 수 있다). Light 같은 경우에는 시간 보려다가 잠깐 딴 생각하면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블실이라고 불리는 블랙 백판에 은색으로 글자가 보이는 모델인데 가독성이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예뻐서 좋아하지만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다.
사실 이 모델은 약간 인기가 없었다고 하고 그래서 개량형인 5600BC가 나와 있다. 이건 요일/날짜가 동시에 표시되고 비프음도 끌 수 있다. 얘는 메탈 시계줄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다르고 자잘하게 다른 점들이 있다. BJ에 비해 약간 더 작고 얇다. 생긴 게 생각보다 차이가 커서 호불호가 좀 갈린다. 나는 지금 쓰게 된 BJ 모델이 훨씬 마음에 든다.
생각보다 비싼데 배터리 바꾸고 시간 자기가 맞추면 되는 5600 기본적인 모델은 반 정도 저렴한 것들도 많이 있다. 그래봐야 전자 시계인데 가격이 왜 이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뭐 원래 세상이 다 그렇다. 이런 문제는 복잡하게 따지면 마음만 상한다.
어쨋든 지샥을 한 번 써보고 싶은 데 동그란 모델은 싫고, 너무 화려한 것도 싫고, 그러면서 좀 안 질리게 심플한 걸 찾는다면 단연 5600 계열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