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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에 택배를 받았다. 뭔가 쓸 게 있어서 한참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복도에서 "택배에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초인종은 누르지 않았다. 사실 택배라는 말은 처음엔 못 알아 들었고 "아니, 새벽인데 복도에 누가 있네..." 정도 생각만 했다. 잠깐 그러다가 아까 그 이야기가 혹시 택배라는 말이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택배 박스가 놓여있었다. 창문 바깥을 보니 택배 트럭에 누군가 앉아 있고 방금 박스를 가져다 준 분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차로 다가가고 있었다. 멀리서 이야기 소리가 살짝 들렸는데 아마 오늘의 배달이 이제 끝났나 보다. 즉 우리 집, 혹은 우리 동이 마지막이었다.


이전에 경험한 가장 늦게 도착한 택배는 밤 10시 쯤으로 씨X이 택배였다. 아무튼 로X 택배였는데 여러가지 가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일 오전에 일이 있어서 늦게 나와 그날 택배 물량을 다 돌리느라 새벽 한 시가 되었다. 또는 다음날 일이 있어서 일을 못하니 보통이라면 다음 날 돌려야 할 것까지 다 끝내고 퇴근하자. 아니면 추석 시즌이 다가와 물량이 너무 많아서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는데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뭐가 되었든 이건 시스템 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고생하며 일찍 가져다 주셨으니 고맙긴 한데 애초에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새벽 한 시에 택배를 줄 일도 받을 일도 없는 게 정상인 사회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택배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고, 한 4~5일 정도 텀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내 경우 보통 금요일 밤에 인터넷 주문을 많이 하는데(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그런 경우가 많다) 비지니스 데이 기준으로 다음 주 목요일 정도에 도착하는 텀이다. 


물론 이런 일은 없고 대부분의 택배 회사가 정말 빨리 일을 처리한다. 금요일 밤에 주문하면 토요일에 오는 경우도 있고, 늦어도 월요일이면 온다. 쿠X 로켓 배송은 심지어 토요일에 주문해도 일요일에 온다. 사실 뭐 이렇게까지 빨라야 할 이유가 있나... 싶다. 물론 급한 배송이 필요한 분들이 있을테니 그에 해당하는 서비스가 따로 있으면 되지 않을까. 뭐 이런 문제는 복잡하게 여러가지가 얽혀 있을테고 그 안을 속속들이 모르니 마음대로 말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이와 더불어 힘든 알바의 상징 같은 상하차도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을 많이 안 뽑으니까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한 명이 할 일을 두 명이 하면 당연히 일은 반으로 줄어든다. 즉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사실 너무 많은 이들의 (당연시 되는) 고생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사람들을 한계 지점 바로 앞에 가져다 놓고 계속 돌려서 만들어 지는 이런 시스템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여튼 추석이라 물류 계열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의 배송량이 폭주중 일텐데 다들 고생하십니다. 어제 새벽에 택배 받은 걸 투덜거리자는 건 아니고 좀 놀라서 써봤음.

Posted by macrostar_everyb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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