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해 졌다. 그러니까 왼쪽 귀만 혼자 수영장에서 잠수를 하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다. 물론 자동차를 타고 산을 넘거나 비행기 이륙이나 착륙할 때 일시적으로 그런 경험이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지속되는 건 처음이었다. 증상은 귀가 먹먹함 뿐이고 딱히 아프거나 간지럽거나 하는 건 없었음. 이러다 괜찮겠지 하면서 며칠 있었는데 그러면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 했다. 여튼 목요일에 갑자기 그런 일이 있었고, 다음 주 월요일에 가만 두면 안될 거 같아서 병원에 갔다. 뉴스에 따르면 혹시 모르니까 이런 증상이 있으면 3일 내에, 늦어도 2주 안에는 병원을 찾으라고 한다(링크).
인터넷에서 귀 검색하니까 나온 첫번째 사진. 귀가 깔끔하시네~
병원은 동덕여대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갔는데 이비인후과 다니던 분에게 추천을 받았다. 포털에 리뷰 하나 없는 작은 병원인데 마침 나가는 길 중간이기도 하고 해서 갔다. 지금 와서 보면 꽤 괜찮은 선택인게 할아버지 의사였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뭘 하려고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 뭐 별 큰 병 아니라도 몸에 이상이 생겼고 이유를 모르면 환자 입장에선 무척 답답하니까.
------ 첫 번째 진료
첫 번째 진료에서는 청각 검사, 신경 검사 뭐 이런 걸 했는데 결론은 고막 안쪽에 물이 들어있다는 거다. 이게 물이어서 지금은 안 아픈거고, 염증 때문에 고름 등이 들어가 있거나, 물이 오래 있다가 염증이 생기거나 하면 아프다고 한다. 그러니까 귀가 먹먹한데(=고막 안에 뭐가 들어있다) 안 아프면 물이고, 아프다 하면 안에 염증이 생긴 거다.
귀가 먹먹할 뿐 아프지도 않고 들리는 것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청력 검사를 보니 확실히 뭔가 잘 안 들리고 있다는 걸 데이터가 알려준다. 이런 거 가만히 방치하면 역시 안된다...
이게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콧물 감기가 걸렸다가 잘 못 들어가서(마침 그때 감기에 걸려 있었다), 수영장 등에서 코로 들어간 물이 어쩌다 길을 잃고 거기로 가서), 스트레스(잔뜩이다), 흡연(ㅜㅜ) 등등 여튼 코와 귀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뭔지 딱히 특정은 어렵다.
아무튼 일단 자연 치료가 되는 게 좋으니 며칠 경과를 보기로 했고 약(이건 별로 쓸모는 없는 듯)을 처방 받았다. 더불어 코를 막고 침을 삼키는 동작을 많이 하라고 했다. 이게 스쿠버 다이빙할 때 토인비라고 하는 동작인데 비행기 탔을 때 하도 귀가 아파서 배웠었던 거다. 근데 해봐야 잘 안되긴 하는데 여튼 코를 막고 침을 삼키다 보면 압력 차로 인해 귀에서 코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증상이 막 시작되었다면 이걸 해보시길. 나는 열심히 하긴 했는데 별 차도가 없었고 그래서 다시 병원으로. 약이 좀 남았는데 추석 연휴가 시작되니까 오늘 다녀왔다.
------ 두 번째 진료
두 번째 진료에 가니 역시 자연 치료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간단한 수술을 했다. 뭐 별 생각없이 갔다가 수술을 한다니까 속으로 좀 놀랐는데 별로 아프진 않고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마취를 하고 -> 고막을 열고 -> 물을 뺀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좀 무서운데 여튼 귀에 뭔가 액채를 집어 넣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십 분 있다가 다시 불러서 꼬챙이 같은 걸 막 집어넣고 뭔가 빼냈다. 그렇게 아프진 않지만 귀로 뭔가 쑤시고 들어오고 슈슉 끄르륵 소리가 나면 역시 무섭다...
그렇게 치료하고 났더니 이제 수영장에서 빠져 나온 기분이다! 완전 개운함! 이렇게 치료가 끝났고 혹시 나중 문제 등을 생각해 연휴가 끝나고 나면 한 번 더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이 게시물을 찾아온 분이라면 갑자기 귀가 먹먹해서 이게 뭔일이지 하고 있는 분일 확률이 매우 높을테니 일단 위에 적은 몇 가지 원인과 증상들을 보시며 안심하시고 토인비 호흡을 해보면서 가능한 빨리 병원에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