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일어나는 논란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과서를 바꾼다고 쿠테타가 쿠테타가 아닌 게 될 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친일 청산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의심스럽다. 그러든 저러든 현황은 진행 중이다. 교과서라는 건 국정에서 검인정, 궁극적으로는 교사 자율로 가는 게 자유로운 사고를 위한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그런데 그걸 역행하려고 하고 있다. 물이 내려오는데 막고 있으면 도로 올라갈까? 왜 저런 생각을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하튼 요새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거다. "김일성"과 "주체사상"이라는 키워드 활용은 전형적인 바이럴 마케팅이다. 사실 노리는 게 따로 있다는 건 모두들 안다.


그렇다면 교과서의 내용이 대체 뭐길래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운다고 호들갑일까.



이게 중앙일보에서 보도(링크)한 주체 사상 부분이다. 잠깐만 읽어봐도 여기서 뭘 배울 것도 없고, 알 것도 없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이걸 읽고 주체사상 맹신자가 될 인간이라면 이런 거 없어도 그렇게 된다. 이런 걸로 저런 마케팅을 하다니 차라리 장사를 하시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독재 -> 중산층 경제 안정이라는 허위 변수는 꽤 오랫동안 먹히는 프레임이다. 이건 한국 뿐만이 아니고 복잡한 과거를 가진 다른 여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희대의 살인마라는 콩고의 이디아민도 그리워하는 콩고 중산층들이 있다. 왜냐. 자기들은 그 체제 아래서 잘 살았기 때문이다. 그게 독재 덕이냐라는 게 허위 변수의 탄생이다. 


70년대, 80년대의 냉전, 그리고 이와 얽힌 저유가, 소련과 미국이라는 초거대국의 보호망은 헤매고 있던 많은 나라들에게 안정과 경제 성장을 줬다. 그 틈을 이용해 많은 독재 정권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신나게 누릴 것들을 누렸다. 아프리카나 중동 쪽은 여차하면 딴 데 붙는다고 위협을 한 덕분이고 한국은 민감한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혜택 받은 자금과 혜택 받은 시대 상황을 고려해 보면 경제 안정은 사실 남의 덕이고, 하도 혜택 받은 게 많아서 독재 정권이 빼돌린 돈들이 대세에 그다지 영향을 못 미쳤을 뿐이다. 이런 걸 생각 못해 내는 건 머리가 안 돌아가서 상상력이 부족하든가, 아니면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나와바리 확보를 위한 거든가 둘 중 하나다. 후자는 계략이라도 있지 전자는 그저 한심할 뿐이다.


여튼 이게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이제 그냥 후진국의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촛불 시위 같은 걸 시작한 듯 하지만 그런 걸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런 이슈가 얼마나 촌티나는 짓이고 부질없는 짓인지 당사자가 알아야 하고 유권자가 알아야 한다. 이런 건 아프리카나 남미의 독재 국가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여당이 직접 말했듯 국정 국사 교과서는 북한 같은 나라나 채택하고 있는 수준 이하의 일이다. 주체사상을 배우는 문제보다 같은 작동 원리가 여기서 돌아가고 있는 게, 그걸 방치하는 게 더 문제다. 더불어 누군가의 콤플렉스 해소를 위해 미래가 이용되어선 안된다. 


이건 어쨌든 정치의 영역이니 부디 범야권이 현명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대처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지금 이 일을 추진하는 이들에게 추후 자신의 행동, 그리고 역사 그 자체에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확실히 각인시켜 줘야 한다. 지금까지 잃은 점수들을 만회할 기회다. 그리고 고려대 사학과와 연세대 사학과,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이 새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응원합니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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