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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여자친구가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로 컴백했다. 예고했던 대로 여고생 시리즈 3부작(링크)의 최종편으로 유리구슬-오늘부터 우리는으로 이어진 3곡이 완성되었다.



꽤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두서없이 적어본다.


우선 보통 아이돌 뮤직 비디오들이 그렇듯 가사의 스토리라인과 뮤직 비디오의 스토리라인이 다르게 간다. 가사는 뭐 우린 아직 어려, 다음에 만나자, 그때까지 지금 기분 잘 간직하자... 뭐 이런 이야기다.  


뮤직비디오는 그보다는 약간 더 복잡하다. 대충 이야기하면 여섯 여고생이 첫 눈이 오면 꺼내자고 타임캡슐을 묻어놨다. 이게 전제. 그리고 그 중 은하가 태중을 좋아해서 편지랑 곰돌이를 준비했는데 곰돌이가 아무리 봐도 태중을 거쳐 태중이 좋아하는 예린에게 넘어가 있는 듯. 예린은 눈치 까고 고뇌에 빠졌고, 은하는 포기하고 못 전해준 편지를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 버린다. 이렇게 둘은 얽혀 있고 나머지 멤버들도 스토리들이 좀 있는데 유주는 발레 소녀를 꿈꾸는 거 같고, 소원은 집 떠난 거 같고 등등등. 뭐 여튼 그러다 첫 눈을 보고 다들 모여서 우정을 확인한다... 사랑보다 우정, 미래보다 우정 뭐 이런 이야기.


곡은 디스토션 사운드에 벤딩걸린 리드가 왔다 갔다 하는 전형적인 여자친구 3부작의 사운드다. 휘몰아쳤다가 빠졌다가 하는게 마치 애니 주제곡 같기도 하고 발렌티나 아틀란티스 소녀 같은 보아 초기 곡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게다가 곡 가사도 뮤직비디오도 마치 쇼와 시대 청춘 드라마 같은 씩씩과 애절, 미숙과 희망이 겹쳐있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뭐 그때보다 나름 세련되게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 기시감 = 익숙함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초기 접근이 쉽다.


뮤직 비디오나 안무, 콘셉트 자체의 특이한 점은 없는데 치마 속 속바지 장르가 일단은 눈에 띈다. 원래 비록 섹시 콘셉트가 아니라 청순, 소녀여도 걸그룹이란 대게 짧은 테니스 스커트를 입기 마련이고 그러므로 치마 안에 속바지나 속치마를 입는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보여서는 안되는 물건이고 그러므로 보여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부러 보이지는 않는다가 기본 관념이다. 


하지만 러블리즈의 아츄(링크) 이후 뭐 보여질 거면 아예 그걸 넣어서 안무를 만들어 버리는 타입이 만들어졌는데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는 그 관념이 이제 정착되어 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빙빙 도는 안무가 예전에는 속치마, 속바지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부분이 되어 버렸다. 좀 더 콘셉트에 충실하려면 일부러 감춘다가 포함되는 방향이 더 맞지 않나 싶긴 한데...


여튼 1월 25일 월요일 0시에 뮤직 비디오를 비롯해 미니 앨범 음원까지 한꺼번에 다 공개되었고 동시에 V앱을 통해 라이브를 진행했다. 며칠 전 데뷔 1년 차를 맞이한 중소기업 출신 걸그룹으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성과가 좋다. 타이틀 곡은 멜론 차트에 2위로 진입했고 inst를 제외한 수록곡 모두가(심지어 인트로까지) 차트인 했다. 게다가 오늘부터 우리는은 20위권 대에서 롱런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오래된 걸그룹은 EXID가, 거대 기획사를 뒤에 두지 않은 신인 걸그룹은 여자친구가 방법론을 제시하는 일종의 시금석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역주행과 신인의 활약은 대형 기획사가 내 놓는 탁월한 연습량과 기초 기량이 확인되는 아주 잘 짜여진 아이돌 그룹만이 갈 길은 아니고, 더구나 그런 완벽한 짜임에 어느 정도 질려 있는 사람들도 있다 = 시장에 빈틈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간 아쉬운 점은 오늘부터 우리는처럼 확 박히는 후렴구가 없기 때문에 곡이 약간의 비정형성을 획득해서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점은 좋겠지만, 이쪽 바닥에 완전 문외한인 사람이 접근하기는 이전 곡보다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여튼 여자친구는 이제 팬과 대중이라는 나름 탄탄한 밑바닥을 가지게 되었다. 비슷하게 데뷔한 레드 벨벳, 러블리즈, 그리고 작년에 데뷔한 트와이스를 선두로 아직 빛은 못 봤지만 분투하고 있는 오마이걸, CLC, 에이프릴, 소나무 등등 신인 걸그룹들이 두터운 한 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또다시 걸그룹 계열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전 걸그룹들과 경쟁 구도가 이제는 유의미할 정도로 분명해졌다. 조만간 레드 벨벳이 컴백할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여튼 이쪽 계열은 올해도 흥미진진한 한 해가 될 듯 하다.

Posted by macrostar_everyb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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