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꽃청춘 방송에서 몇 가지 장면이 문제가 되었다. 예컨대 호텔에서 배스 가운을 입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장면과(호텔 측으로 부터 주의를 받고 갈아 입었다) 마찬가지로 호텔 수영장에서 속옷 탈의를 했다는 장면이다. 방송에서는 젊음의 호기 같은 걸로 포장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물론 이렇게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건 젊음의 특권 따위가 될 수 없다. 젊음이란 그런 걸 제대로 배워야 하는 시기다.
여튼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에 대해 방송국 측이 사과를 했는데 "청춘들의 여행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드리고자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비춰질수 있는 모습들을 편집에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잘못된 행동이라기 보다 잘못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거였고, 결국 문제는 편집을 안 해서 방송에 내보낸 거라는 뜻이다. 이건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출연자와 회사에 대한 사과다. 젊음의 호기로 잘 포장되어야 하는 건데 편집을 안 해서 이 모양이 되었다는 소리다. 이런 사과는 그냥 공문으로 보내든가 하지 뭐 하러 시청자들에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언젠가 부터 출연자의 잘못에 편집의 실수라는 말이 늘상 붙는다. 예컨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지만 방송에 나와서는 안되는 장면이 보였다면 그건 편집의 잘못이 맞다. 대표적으로 흡연과 음주 장면이 그렇다. 어찌 되었든 이런 건 사회적으로 합법이지만 방송에서는 보여지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고 그러므로 이런 장면이 나가면 그건 편집 실수가 맞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냥 출연자가 잘못한 일이 태반이다.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낸 애니메이션도 아닌데 편집의 실수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만약에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면 물론 아무 일도 없었을 거다. 대신 뭐 한국에서 온 어떤 놈들이 가운을 입고 밥 먹으러 오더니 수영장에서 속옷을 벗더라는 소문 정도 퍼질 수 있겠지. 그러면 또 법적 대응 이야기가 나오려나. 그리고 이런 걸 제작진이 시켰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편집의 잘못이라고 사과할 게 아니라 우리들이 잘못된 행동을 시켰습니다 라고 하는 게 옳을 거다.
편집이란 건 여하튼 팩트가 있고 나서의 문제다. 세상에 없던 일이 불쑥 생겨난 것도 아닌데 팩트 문제를 외면하고 편집 문제만 이야기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여하튼 문제의 주체와 사과의 대상을 대충 얼버무리는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
그건 그렇고 모 배우님은 일베 논란 때는 바로 법적 대응 운운하시더니(난 여전히 두부와 암벽 타기가 연결되는 심리적 루틴을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엔 조용하시네. 혹시 모르니까 공식적인 반응이 나온다면 추후 추가 예정. 이건 또한 한 명이 만들어 낸 문제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