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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근데 아직 죽지 않았다. 맨 아래 참조.


IBI는 모든 면에서 이례적인 프로젝트였다. IOI처럼 11인의 그룹을 만들겠다는 프로듀스 101-엠넷의 방송 목적 같은 프레임도 없었고 회사는 다섯 개 - 로엔, 뮤직웍스, DSP, 스타제국, 엘리펀트 - 나 얽혀 있었다. 멤버를 정하고 팀 이름을 만들고 활동을 끌어내는 것까지는 모두 팬들이 했다. 물론 회사들의 협의와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저 다섯 회사가 그런 거 없이 모였다고 해도 지금 같은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을 거다. 


여튼 IBI는 IOI보다 더 이른 종말을 눈 앞에 두고 있던 그룹이 맞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활동이 종료되어 버렸다. 생각보다 홍보를 꽤 해놓고선 왜 그렇게 갑자기 끝냈는지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 원더케이와 멜론 영상은 그려려니 싶지만 3일 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플러스 광고를 넣을 거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단지 디지털 싱글 발매였지만 뮤직 비디오, 두 곡의 음원, 2번의 음악 방송, 각종 비하인드 사진과 영상, 게릴라 콘서트까지 원래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일을 했다. 아 정말 뭔가 하나보다라고 생각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쉬울 뿐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요즘 살짝 슬럼프였는데 데뷔 과정은 물론이지만 저 더운 날 저런 장소에서 야외 공연을 하는 모습에서 굉장히 큰 자극을 받았다. 정말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다.



무슨 사정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이해가 가긴 한다. 다들 눈 앞의 일들이 있고, 다섯 명 각자의 데뷔도 있다. 지금의 성과 - 딱히 한 건 없지만 멜론 차트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는 있다, 어지간한 2, 3년 차 걸 그룹들보다는 상황이 낫다 - 에 대해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도 각자 기준에 따라 해야만 할 정도로 복잡하다. 그리고 이게 IBI라는 단체 덕분인지 아니면 다섯 명 개인의 덕분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불확실 성이 낮고 콘트롤도 용이하다.


저 연예인들 각 개인의 입장에서 봐도 사실 감동적이긴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꽤나 터무니 없는 일을 해 낸 거다. 물론 IOI에서 떨어진 이후 터무니없는 걸 해내는 게 지금 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미래 지향적인 걸 그룹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딱히 초 대형 기획사가 아닌 한 팬이 없는 아이돌은 데뷔조차 힘들어 질 지도 모른다. 


혹시 모르니까 "거의"라는 말을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다섯이 새로운 무언가를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 보인다. IBI의 지속에 여전히 약간은 마음을 두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할 건 이 다섯 명이 앞으로 다들 커다란 스타가 되어서 언젠가 한 자리에 같이 모일 날을 기대해 보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오소녀 처럼 전설의 그룹이 되어야 하는 그런 운명. 다들 화이팅.



PS / 옥탑방 라디오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는 데 걸 그룹이라면, 아이돌이라면 적어도 일 주일에 한 번은 출연하는 자기 집 같은 레귤러 방송이 있어야 한다. 본진이 존재한다는 건, 일 주일이 쌓이고 나눌 이야기가 있고 나눌 방법이 있다는 건 연예인에게도, 또한 팬에게도 정말 큰 힘이 된다.


PS 2 / 사실 이 이야기를 쓸 때만 해도 상황이 꽤 비관적이었고 이제 각개 활동과 각개 데뷔를 기다려야 할 거 같았다. 근데 상황이 꽤 반전되어서 무려 JTBC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관련 기사는 여기(링크). 제목은 헬로 아이비아이, 10월 방영 예정이다. 생각지도 못한 게 나와서 많은 팬들이 깜짝 놀랐을 거 같다. 이런 저런 방송에서 멤버들이 "IBI로 활동하고 있는"이라는 말을 아직 떼지 않는 거 보고 분명 뭔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예능이라니!


사실 아이비아이 멤버들도 그렇지만 이렇게 내일이 없는 그룹을 응원하는 팬덤은 참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거다. 케어도 콘셉트도 내일 일도 모두 오리무중이고 아무 것도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뭔가 솟아나면서 일희일비를 거듭하게 된다. 그런 만큼 누군가 아주 잠시만이라도 체계적으로 케어해 모두에게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게 한 번 잘 콘트롤 해봤으면 좋겠는데... 뭐 다들 녹는 빙하 위에 올라와 앉아 있는 기분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파도는 잔잔하고 따뜻한 햇살도 비치고 있으니 모두다 즐거운 그룹 생활과 팬덤 생활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Posted by macrostar_everyb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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