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의 정규 3집, "내가 설렐 수 있게" 활동이 끝이 났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고, 어제 일도 먼 예전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휙휙 변하고 있지만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나온 게 9월 26일이었고 그로부터 40일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먼 예전에 본 거 같은 활동을 정리하는 에이핑크 다이어리도 지금 보니 겨우 21시간 전에 나왔다.
사실 하필 쉰 1년 2개월이 케이팝 걸 그룹 역사에 있어서도 굉장한 격동기였다. 레드벨벳, 여자친구에 이어 트와이스와 아이오아이가 나왔다.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은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주목을 받아야 할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커다랗게 역사가 바뀌고 있고 어느덧 새로운 세대로 교체되고 있는 거다. 사실 1년 2개월 동안 활동이 한 두 번 더 있었다고 이 커다란 흐름이 달라지거나, 지금의 결과에서 아주 크게 달라졌을 거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올라가고 누군가는 내려온다. 특히 걸 그룹 쪽은 더 어리고 더 발랄한 사람으로 교체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팬덤이 아닌 대중 기반이라는 건 그런 점에서 언제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건 걸 그룹 씬 만의 문제라기 보다, 좀 더 사회적인 문제다.
하지만 이번 활동은 또 나름의 의미가 있다. 에핑은 여튼 하고 싶은 걸 하는, 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 뜬금없이 끼어드는 타이틀 곡들이 한숨을 쉬게 하지만(봄 노래 사이에 뜬금없이 껴 있던 여름 노래 리멤버와 다양한 변주 속에 케이 팝의 지난함을 그저 반복하는 내설수는 그래서 더욱 아쉽다) 연속으로 선보이는 정교하게 구성된 풀 앨범 활동이라는 건 전례도 없고 그러므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 어쨌든 지난 1년 간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았다. 이 길은 결국 그룹과 팬이 함께 가는 길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함께 보내며 이 관계는 더욱 탄탄해 졌다고 믿는다.
물론 소속사와 그 대표라는 암초가 남아 있고 이게 문제를 일으켜 남은 사람을 더 쫓아내거나 혹시 산산히 분해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걸 어떻게 피하거나 그 영향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가가 에핑의 더 먼 미래가 결정될 거다. 그럼에도 적어도 플랜에이가 아니라 에이핑크의 팬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 분들을 끝까지 아끼고 함께 갈 거라는 것 또한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