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명이 삼각형 무대 위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춤을 추며, 똑같은 (이상한) 노래를 부르던 그 충격적인 픽미를 시작으로 만들어졌던 IOI가 2017년 1월 31일부로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팬클럽과 각종 공식 계정은 폐쇄되었거나 폐쇄될 예정이다. 어쨌든 마지막 노래 '소나기' 같았던 정말 다사다난한 지난 1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팬들도 이제 제 갈 길을 찾아 떠나야 한다.
1월 31일 소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 IOI의 멤버 모두가 댓글을 달았다.
어쨌든 이 그룹의 지난 활동은 비스무리하게 흘러오며 대형 기획사 체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었던 걸 그룹 계에 꽤나 큰 파장을 미쳤다. 동시에 한계도 명백했다. 지난 1년을 잠시 생각해 보자면...
우선 역시 방송의 힘을 명백히 보여줬다. 사실 수많은 기획사가 수많은 그룹을 런칭하는 상황 속에서 정말 큰 스킴을 가지고 있는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무슨 콘셉트를 유지한다든가, 실험을 해본다든가 하면서 버티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에 일희일비하고 예능에 가서 아무리 터트려도 그게 그룹의 인기로 이어지기는 너무 어렵다. 이런 사람도 저런 그룹도 너무나 많은 거다. 또한 식스틴, 베이비 카라 등 서바이벌 형 그룹 만들기, 멤버 뽑기도 슬슬 늘어나는 상황이라 프듀 역시 성공을 점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성공한 이유는 정말 막바지에 다다른 수많은 중소 기획사의 연습생들이 보여준 드라마, 그리고 누구는 조명을 받고, 누구는 묻혀 버리는 스토리가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나든 말든 끌고 가버린 엠넷의 스타일이 어쨌든 이런 그룹을 만들어 냈다.
또 재밌는 현상은 팬덤의 힘이다. 사실 보이 그룹에 비해 걸 그룹의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는 남자로 구성된 팬덤이 돈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트와이스 등이 나오면서 팬덤의 크기와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CD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시대나 할 수 있는 거라는 이야기 속에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걸 그룹 콘서트도 에이핑크의 콘서트 성공 이후 작던 크던 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제 꽤나 많은 그룹들이 콘서트를 시도하고 있다. 그게 프듀, IOI에 가면서 확실한 전환점이 생겨난 거 같다. 팬이 뭐하는 건지, 왜 하는 건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알게 되었고 이게 앞으로 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일단 돈이 돌아야 더 좋고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개인팬의 활성화다. 사실 지금까지 특히 걸 그룹 팬덤의 가장 큰 덩어리는 개인팬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게 그룹 전체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만들어 낸 큰 콘셉트 안에서 존재하고 그 캐릭터를 가지고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개인팬이 개인을 돋보이도록 압력을 넣는다든가 하는 건 장기적으로 그룹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IOI는 아예 개인팬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다. 한명 한명 멤버가 모두 각자의 팬덤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로 IOI의 멤버가 되었기 때문에 멤버로서는 그걸 무시할 수가 없다.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속단하기가 어렵다.
위에서 말한 것들은 새로운 모습이고 IOI 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도 분명하게 있다. 특히 개인팬 활성화의 경우 IOI는 1년이라는 짧은 활동이라 그게 임시적으로 봉합되어 있었지만 그 팬들은 이제 새로 만들어지는 각자의 그룹의 팬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훨씬 더 길게 호흡하고 멀리 가야하는 새로운 그룹에서는 개인팬의 영향력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많게는 10명 씩 되는 그룹이 한 명의 거대 팬덤에 좌지우지되는 일이 생기면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과연 이걸 어떻게 조절해 내느냐가 이 멤버들을 데리고 그룹을 만드는 팀의 숙제가 될 거다.
최근 에이프릴에 윤채경이 들어가면서 채경 개인 팬덤이 에이프릴 팬덤에 흡수 혹은 공존하게 되었는데 아직은 에이프릴이 정상급으로 나아가진 못해서 기다려 봐야 하지만 과연 어떤 양상을 보일지, 양쪽의 팬들이 어떤 식으로 조합을 이룰지, 회사는 어떻게 할 건지 등등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걸 그룹의 측면에서 보자면 위에서 말했듯 IOI에게는 너무나 미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내놓는 콘텐츠들이 급조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멤버로 조금만 오래 했다면 훨씬 더 대단한 걸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누구도 그 짐을 질 이유가 없다. 또한 팬들도 IOI도 IOI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기존에 없던 복잡한 양상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1년의 활동을 돌이켜 보면 이 부분은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이건 멤버 각자가, 그리고 그들 뒤에 있는 회사들이 서로 다른 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지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어쨌든 IOI 그리고 프듀는 꽤나 많은 연예인, 뮤지션을 세상에 내놨다. IBI도 있고 그들도 각자 여기저기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이아 등 여러 그룹에도 있고 또 프듀에 나온 분들은 대부분 앞으로 나오는 그룹의 후보 멤버들 중에서는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크게 보자면 100여명의 인맥이 향후 몇 년 간 걸 그룹 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소미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이 백 여명과 SM, JYP, YG 등 대형 회사에서 직접 키워 내놓는 그룹과의 경쟁이 될 거다.
뭐 10여 년 쯤 지나 IOI 멤버들, IBI 멤버들, 그리고 다른 프듀 참가자들, 팬들, 심지어 회사들도 모두다 즐겁게 2016년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는 모두다 버젓한 한 명의 연예인, 뮤지션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 게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