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오래된 폴더폰을 쓰고 계셨는데 얼마 전부터 전화기를 바꿨으면 하는 이야기를 하셨다. 뒤적거리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아르마니폰이 꽤 저렴하게 풀려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그때 봤던 건 집에 들어가면 주문해야지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팔려버렸고 조금 더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예전에 나온 것들 중 안팔리고 남은거 파나 싶었는데 휴대폰이 도착하고 확인해보니 의외로 생산일자가 2010년 10월 22일. 그럼 저번 주 잖아. 아직 만들고 있는거라면 어쩌면 더 싸질 가능성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예전에 쓰던 폰이 워낙 낡은 거라 그냥 이대로 고고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SS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뭐 어른들은 선호하는 계열이니 그것도 상관없다. 꽤 많이 팔리고 있는 듯 해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만 나도 사진. 일단은 생긴 거 이야기.
우아한 케이스.
기본 구성품 중 일부. 아래는 잘 닦으라는 천, 로고가 곱게 새겨진 커널형 이어폰, 시대에 안 맞아 보이지만 12핀 젠더(마이크와 리모콘 기능이 들어있는거 같다), 뒤에는 8기가 마이크로 SD와 어댑터용 SD 케이스. 마이크로 SD는 휴대폰에 넣어놔서 사진에는 없다. 1000mAh짜리 배터리가 두개 들어있다.
그리고 우아한 휴대폰. 왼쪽 스트랩은 DMB 안테나 겸 터치용 펜이다. 감압식이라 저런게 들어있다. 이 듬직하게 생긴 물건이 어디에 쓰는 거든 하여간 폼나게 생겼다. 두께가 54mm이고 131g이나 되서 무게감이 좀 있다.
우아한 키패드.
극히 비 실용적이지만 무려 천연 가죽 케이스. 사진을 더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버려서 이쯤에서 중단.
전반적으로 회색과 검정이라는 아르마니 특유의 색에다 금색을 아주 잘 입혔다. 번쩍번쩍해서 너무 나선다는 느낌이 있지만, 심지어 배터리마저 미묘한 갈색 톤이 살짝 섞여있는 메인 색에 밝은 회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걸 비롯해 구석구석 신경을 아주 많이 썼다. 취향을 떠나 고급스럽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능적인 면모를 잠시 살펴보면 3.1인치 아몰레드 WVGA(480 x 800), 지상파 DMB가 들어있다. 키패드도 되고 터치도 된다. 지상파 DMB, 티맵 같은게 되고 SKT의 경우 내부 메모리가 280MB(KT용은 325MB다)이고 위에서 말했듯이 마이크로 SD가 들어가는데 최대 16G까지 된다고 한다.
이 휴대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출시일이 2009년 11월이라는 점. 만약에 프라다 폰처럼 2007년, 늦어도 2008년에 출시되었다면(그때라면 아몰레드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같은 대접은 받지 않았을 거 같다. 2009년 말 아이폰 국내 출시를 위시로 바야흐로 스마트폰 천국이 되었고 모든 게 변해버렸다. 출고가가 무려 135만원인 폰이다.
결국 아르마니 폰은 구시대의 유물들을 잔뜩 짊어진 old-fashioned가 되어 버렸다. 손으로 하나 터치펜으로 하나 터치감은 아주 좋지 않고, 전반적으로 버벅거림이 심하고, 3.5mm 이어폰도 없다. 요즘 기계들의 터치감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마 분통터져서 못 쓸거 같다.
하지만 잘 사용하는 메뉴(DMB, 전화번호부, 티맵 같은 걸 배치해 드렸다)들을 위젯을 이용해 화면 위에 늘어놓고 키패드 가지고 전화 중심으로 사용한다면 사실 뭐 더 필요한 것도 없다. 얼마 전에 운동하실 때 쓰시라고 m1을 드렸더니 터치에도 나름 익숙해진 상태다. 그리고 DMB 정도 보기에 화면은 충분히 크다. 어쨋든 나름 만족하고 계심. 기능이 복잡한게 많아(divx도 된다고) 설명할 것들이 많기는 하지만 폰 용도로는 꽤 좋지 싶다.
결국 옙의 m1은 또 꿔다놓은 보리자루가 되버렸다. 이거 팔아야 겠는데 어디다 팔지. 혹시 옙 m1에 관심있으신 분 계시나요.